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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개의 전장을 통해 확인되고 있는 드론 운영 전략의 핵심에는 이른바 ‘군집드론’이 있다. 군집드론은 여러 기체가 하나의 체계를 이뤄 움직이는 기술을 의미한다. 군집드론은 소수의 인력으로도 대량의 전력을 운용할 수 있게 돼 전술적 효율이 크게 높아진다. 국방부도 2023년 3월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을 발표해 유·무인 복합체계를 활용한 경계작전 개념을 발전시키고, 관련 시범부대를 운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는 군집드론으로 가장 먼저 이름을 알린 기업 중 하나가 파블로항공이다. 파블로항공은 2018년 창업 초기부터 군집비행 기술을 전면에 내세워 왔고, 2019년에는 국내 순수 기술로는 최초로 드론 100대 군집비행에 성공했다. 드론 아트쇼와 드론 배송, 관제 시스템 등 상업용 드론 서비스를 전개하던 이들은 지난해 정찰·자폭·요격 드론을 묶은 ‘PabloM’ 방산 라인업을 공개한 데 이어, 같은해 8월에는 방산 정밀가공 전문기업 볼크(VOLK)를 인수하는 등 방산 영역으로 사업 축을 확장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LIG넥스원도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했으며, 장성 출신 인사들도 잇따라 영입했다.

병력 감소로 저가 드론 주목


지난 4월 14일 인천 송도의 사무실에서 주간조선과 만난 김영준 파블로항공 의장은 군집드론이 전장에서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병력 감소에 따른 영향 때문”이라며 “소수의 인원으로 드론을 운용하려면 이런 운용체계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기체가 저렴하고 조작이 쉬워야 운용 부담이 줄어들고, 여러 대를 동시에 투입해 일부만 타격에 성공해도 되는 전술이 가능해지는 거죠. 대(對)드론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재밍(전자파 공격)도 전자파 공격이라는 특성상 이것만으로 다수의 기체를 전부 막아낼 수는 없어요. 그래서 여러 대를 보내면 몇 대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죠.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저가 드론 쪽으로 트렌드가 이동하는 것 같아요.”

군집드론의 특징은 소형과 저비용이다. PabloM 라인업 중 자폭형인 S 시리즈는 폼보드 기반의 단순 구조로 제작돼 대당 1000만원 수준으로 가격을 낮췄다. 이는 복합소재 기반의 이란제 샤헤드 드론(대당 2000만~3000만원)보다도 저렴하다. 크기도 길이 약 1.0m, 날개폭 1.3m로 길이 약 3.5m, 날개폭 약 2.5m의 샤헤드 드론보다 작다. 김 의장은 “왕복 비행거리는 약 40㎞로, 국내 대대 단위 작전 거리(약 7~15㎞)를 고려하면 하드웨어도 임무 수행에 문제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표적용 T 시리즈, 정찰용 R 시리즈 등 다양한 군사용 드론 라인업이 있다. 김 의장은 “특히 S·C 시리즈는 목표 지점까지 도달만 하면 된다”며 “기체 성능보다 소프트웨어와 제어 기술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군집드론 기술 수준을 1~5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1단계는 한 명의 조종자가 소수 기체를 보조적으로 운용하는 수준이고, 3단계부터는 리더와 팔로어 구조가 형성돼 드론 간 부분적인 메시 통신과 분산 협업이 가능해진다. 4단계는 특정 리더 없이도 완전한 메시 통신을 바탕으로 상황에 따라 역할이 바뀌는 고도화된 분산형 구조다. 최종 5단계는 공중 무인기끼리의 군집을 넘어 다른 군집 또는 육상·해상 무인체계와도 연동되는 완전 자율형 단계로 제시된다. “군사용으로 군집드론을 활용하려면 최소 3단계 이상 기술력은 갖춰야 합니다. 파블로항공은 현재 4단계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 수준을 구현한 곳은 미군과 중국 정도입니다. 우리는 지난해 해당 단계에서 50대 동시 군집 운용에 성공했고, 향후 2028년까지 5단계 도달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단계에 도달한 기업은 전 세계에서 아무도 없을 겁니다.”

파블로항공이 군집드론 개발에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로는 운용의 핵심 3요소인 ‘통신·지능·데이터’ 관련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통신 측면에서는 위성 기반 연결을 활용하는 한편, 재밍 상황에 대비해 카메라 기반 지형 인식 항법을 개발했다. 이는 통신이 끊겨도 드론이 스스로 주변 지형을 인식해 경로를 판단하고 목표 지점까지 도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통신이 제한되거나 장애물로 인해 연결이 끊기는 환경에서도 임무를 수행하려면 지능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김 의장은 “AI를 활용해 드론 간 비행 제어와 임무 할당을 자동화하고 있다”며 “한 기체가 이탈하더라도 나머지가 스스로 임무를 이어받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에 관해서는 “인공지능은 결국 데이터에서 나온다”며 “대기업은 규모가 큰 사업과 제품군 위주로 움직이기 때문에 소형 드론을 반복적으로 시험하기 쉽지 않지만, 우리는 스타트업이라는 특성을 살려 빠르게 실험을 반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매일 시험 비행을 진행하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고, 지난 8년간 3800회 이상 비행을 수행했다”며 “이런 데이터가 결국 기술 격차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AI 활용한 드론 제어

파블로항공 역시 K-방산의 한 업체로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 의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해외 방산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다”며 “2024년부터 캐나다 오타와 투자기관 산하 AREA X.O와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AREA X.O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테스트베드와 연계된 기관으로, 향후 NATO와의 협업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밖에도 오만, 미국, 인도 등 다양한 국가와 투자 및 협력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김 의장은 “이란이나 러시아 같은 반미 세력 국가 외에도 여러 나라가 협업을 제안하는 자체가 드론전의 중심이 저가 대량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드론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위해 파블로항공은 지난해 방산 정밀가공 전문기업 볼크를 인수했다. 볼크는 4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제조기업으로 인수 당시에도 300억원대 매출과 무인기 자동화 라인 설계 역량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해외에서 우리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자체 양산 능력”이라며 “국토가 작은 상황에서 외주 생산에 의존하면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확보한 양산 공장을 바탕으로 올해 5만대, 내년 10만대, 내후년 20만대를 생산해 매출도 올해 1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드론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대량 생산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현재 국내에는 드론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하다”며 “국가 차원에서 일정 규모를 지속적으로 구매해 시장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교육용 드론을 1만2000대 규모로 구매하는 국가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국가적 수요가 계속 이어져야 대량 생산과 부품 국산화, 드론 전력 강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주간조선, 파블로항공 김영준 “드론전, 운용 개념·철학 모두 재설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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